『신데렐라』와 현대의 계급 욕망

1. 누구나 한 번쯤 꿈꿨던 ‘기적 같은 기회’

『신데렐라』는 동화지만, 그 이야기의 뿌리는 현실적인 욕망에 닿아 있습니다. 재투성이 소녀가 왕자의 눈에 띄어 신분을 바꾸는 이 서사는 단순히 로맨스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것은 "지금은 보잘것없어도 언젠가는 내 삶도 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상징합니다. 현대 사회에서도 우리는 이런 환상을 자주 목격합니다. 한 번의 바이럴로 인생이 뒤바뀐 유튜버, 하루아침에 유명세를 얻은 일반인, SNS 속 ‘일확천금’ 신화 등. 우리는 그들의 성공을 보며 나 역시 선택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신데렐라처럼, 나도 누군가의 눈에 띄기를 꿈꾸는 것이죠.

2. 선택받기 위해 인내하는 사람들

동화 속 신데렐라는 마법 같은 도움을 받습니다. 그녀는 스스로 무도회장에 간 것이 아니라, 요정의 마법에 의존했고, 그 결과 왕자의 선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구조는 사실상 매우 수동적입니다. 중요한 건 그녀의 내면이나 노력보다 '왕자에게 선택받았느냐'의 여부였습니다. 현대 사회 또한 비슷한 흐름을 보입니다. 어떤 직장에서, 어떤 플랫폼에서, 어떤 관계에서든 우리는 '선택될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선택받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은 이야기 밖으로 밀려나버리죠. 그들에게는 드라마도, 결말도 없습니다.

3. 계급 이동이라는 환상, 그리고 냉정한 현실

오늘날 우리는 누구나 성공할 수 있고, 자유롭게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믿고 싶어 합니다. 그러나 현실은 여전히 불평등합니다. 자산은 세습되고, 교육은 부모의 경제력에 달려 있으며, 사회는 이미 정해진 틀 안에서 돌아갑니다. 신데렐라가 궁전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던 건 마법 덕분이었듯이, 많은 사람들도 '운 좋은 순간'이 와야 삶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집니다. 하지만 그 마법은 누구에게나 주어지지 않으며, 대부분은 초대받지 못한 채 무도회장 밖에 머무르게 됩니다.

4. 새로운 신데렐라 이야기, 우리가 써야 할 서사

이제는 누군가의 선택을 기다리는 대신, 스스로 무대로 걸어 나가는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왕자도, 요정도, 유리구두도 없이, 나의 방식으로 삶을 꾸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계급은 누군가의 선택이 아닌, 제도의 공정성과 공동체의 연대로 바뀌어야 하며, 우리 모두는 ‘선택받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 이미 충분한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진짜 변화는 환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시작됩니다. 더 이상 유리구두를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는 이미 걸을 수 있고, 이미 주인공입니다.